저는 지금 승부처인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있습니다. 해리스 유세에 갔다가 방금 돌아왔습니다.
펜실베니아는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가장 큰 스윙스테이트입니다. 펜실베니아를 차지하기 위해 민주 공화 양 정당이 엄청난 홍보전을 벌이고 있어서 길거리 광고판마다 해리스나 트럼프 광고가 걸려있습니다. TV와 SNS에도 선거 광고가 끊이지 않고 나옵니다. 공격의 수위도 높습니다.
해리스는 마지막 유세를 여기 필라델피아의 미술관 앞 '록키 계단(Rocky Step)'에서 열었습니다.
록키 계단은 영화 '록키'(1976)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조깅을 하고 만세를 부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그런데 다들 아시겠지만 그 영화는 록키의 졌잘싸로 끝납니다...)
한편, 해리스를 상대하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역시 스윙스테이트인 미시간 주의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습니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JD 밴스는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뉴타운(Newtown)에서 마지막 야간 유세를 했습니다. 뉴타운은 미국 혁명전쟁 당시 반란군(=미국군)의 사령관 조지 워싱턴이 주둔했던 곳입니다.
승부는 GenZ 여성의 손에발에
유독 '20대 여성'그룹의 해리스 지지세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트럼프 지지보다 40%p나 높습니다. 그러니까 7:3 비율입니다. 다른 어떤 연령/성별 집단도 이렇게 편향적이지 않습니다. 팽팽한 승부를 끝내는 홈런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해리스가 '친 낙태(임신중절)'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임신중절을 각 주마다 알아서 허용할지 말지 결정하도록 하자고 하는 반면, 해리스는 연방 차원에서 무조건 임신중절을 허용하겠다고 공약을 세웠습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문제는 투표율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투표율이 낮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있었던 2022년 중간선거에서 30세 미만 투표율은 65세 이상 투표율의 절반 정도에 그쳤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그보다 높게 나오지만 그래도 낮습니다.
결국 해리스의 승리 여부는 그를 절대적으로 응원하는 젠지 여성 그룹이 과연 얼마나 투표장에 달려나올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결과는 언제 나오나
미국 대선은 주 마다 개표를 하는데 그 방법과 속도가 제각각입니다. 빠르면 5일 자정(한국시간 6일 오후 2시경)에도 윤곽이 드러날 수 있지만 박빙일 경우 하루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선거통계사이트 538에 따르면 2022년 선거에서 펜실베니아는 개표 시작 24시간 후에도 완료를 하지 못했습니다.
2020년 대선 때는 '레드 미라지(Red Mirage)' 현상이 있었습니다. 본 투표에서는 공화당 트럼프가 앞섰는데 나중에 개표하는 우편투표에서 민주당 바이든 몰표가 나와서 승부가 뒤집히곤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승자 선언이 더욱 늦어집니다.
다만 제 생각에 이번 선거는 2016년처럼 일찍 승부가 날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FT에 따르면, 미국 대선의 결과는 주식시장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Investors should ignore the election noise). 역사적으로 미국장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간에 항상 좋았습니다.
특히 미국 리쇼어링 관련 중소주들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나 해리스나 모두 제조업 부흥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일반 국민들은 트럼프를 좋아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해리스 쪽이 다루기 쉽다고 봄.
우크라이나 사람들: 트럼프가 휴전을 강요할까 걱정하면서도, 해리스는 지원금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 그래서 '차라리 트럼프도 나쁘지 않겠는데'라고 봄.
러시아의 푸틴: 누구든 별 차이 없고, 누가 되든 딜이 가능하다고 봄.
중국 사람들: 경제적으로는 해리스, 외교적으로는 트럼프를 선호.
EU 사람들: 둘 중에 누가 당선되든, EU가 미국 옆에 붙어서 꿀 빨던 시대는 끝났다고 봄.
멕시코 사람들: 관세 장벽과 이민자 추방 공약 때문에 트럼프를 두려워함.
아프리카 사람들: 트럼프는 강한 리더로 보고, 해리스는 친근하게 느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네요. 사실 이게 정상이죠.
그렇다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언론매체 종사자들은 유교적 리더상(=고고한 선비)에 맞지 않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해리스 유세 참가 소감
모처럼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레터를 마치며, 조금 전 다녀온 해리스의 마지막 유세장 분위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았습니다. 1~2만 명은 되어보였습니다.
민주당 상징인 푸른색 옷이나 해리스의 상징인 보라색 옷을 입고 온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오후 5시부터 이벤트가 시작되는 것처럼 적혀있었는데 실제론 밤 11시에 시작했습니다.
밤 11시가 되자 가수 리키 마틴이 나와 노래 2곡을 불렀고, 레이디 가가도 나와 피아노를 치며 30초 짜리 짧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가 나타나 찬조연설을 하다가 해리스의 남편과 해리스를 차례로 불러냈습니다.
해리스는 많은 박수를 받으며 나타났지만 이미 청중은 춥고 지친 상태. 그의 연설은 연극 대본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현장의 청중들과 교감하기보다는 TV나 유튜브를 보는 시청자들에 맞춰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설 중간에 추위에 지친 사람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연설이 끝나자 그야말로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 아직 연단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해리스 부부가 뻘쭘해보였습니다.
해리스 부부가 사라지자 아까 집에 간 줄 알았던 레이디 가가가 다시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원래 계획된 순서였던 것 같은데 이미 앞쪽 청중들이 너무 많이 떠나버려서 레이디 가가도 뻘쭘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래부르고 멋있게 손 흔들며 이날의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프로답네요.
숙소에 돌아오면서, 그 시간까지 미시간에서 열리고 있는 트럼프의 유세 연설을 들었습니다.
트럼프는 늘 그렇듯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30분 정도 썰을 풀다가 '아, 그런데 아직 준비한 대본 내용은 시작하지도 않았네'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청중들과 잡담하듯이 온갖 주제를 오가면서 1시간 반을 더 떠들고, 마지막으로 자녀와 며느리 사위들까지 연단 위로 불러내서 한 마디씩 시킨 다음 'I love you. I lov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로 연설을 마무리하니 시간은 새벽 2시 10분입니다.
집회의 재미와 임팩트를 비교하자면 트럼프가 훨씬 나았습니다. 선거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내일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오후 4시쯤 채널A 방송에도 잠깐 나올 예정입니다.
퇴근송
Lady Gaga - Your Song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의 곡입니다. 나의 노래를 들어주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인생이 아름답다는 내용입니다. 기나긴 선거 캠페인을 끝낸 사람들의 심정이 아닐까요.